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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연애

데이트 비용, 어떻게 분담하는 게 좋을까?[코스모폴리탄 2월호]

by 착한연애 201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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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이라도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데이트 비용은 무조건 남자의 몫인 걸까? 아니면 여자도  더치페이하는 개념녀로 거듭나야 하는 걸까? 두 작가가 남자와 여자를 대표해 속마음을 털어놨다.

 

 



Girl


각자의 양심에 맡긴다. 하지만 남자 쪽이 더 낸다고 나쁠 건 없다.




연인 사이의 돈 문제가 애정에 관한 문제와 얼마나 미묘하게 얽혀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동갑내기 회사원 애인과 사귀다 헤어진 남자 주인공은 새파랗게 어린 여대생을 만나기 시작한다. 옛 애인과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마음이 복잡하던 그는 새 여자 친구를 횟집으로 데려가서는 뜬금없이 “이번엔 네가 계산해”라고 말한다. 여자 친구가 당황해 “이걸?”이라 되묻자 남자는 퉁명스럽게 “매번 내가 사줬잖아. 이번엔 네가 내”라고 답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횟값을 치른 여자 친구는 데려다줄 필요 없다며 남자를 두고 가버린다.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밥값을 내지 않기로 작정한 이유는 새 여친에 대한 애정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여친이 토라진 이유 역시 횟값을 자신에게 물린 것을 애정 전선의 심상치 않은 징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연인 관계에서 데이트 비용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배려심의 문제다.




진화 심리학적으로 핑계를 대보자면 선사시대부터 능력 있는 남자는 인기가 좋았다. 선사시대에 요구되던 능력은 매머드도 때려잡을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었지만 요즘은 뭐니 뭐니 해도 경제력이다. 그러니 내게 한 푼이라도 더 쓰는 남자에게 혹하는 여자들의 심리는 허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한 욕구일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일까, 솔직히 말해 데이트의 백미는 나를 위해 돈을 쓰는 남자를 보는 데 있다. 별이라도 따다 줄 듯 지갑을 활짝 잘도 여는 그를 보면 흐뭇함이 차오른다. 이렇게 돈을 쓰는 걸 보면 정말 날 사랑하는 게 틀림없다는 확신까지 생긴다. 




어떤 여자는 데이트 준비에 드는 돈과 시간과 노력이 얼마인데 밥값까지 내냐며 당당하게 얻어먹고 다닌다는데, 상품도 아니고 광고·유통·운송비까지 소비자에게 물리는 장사치 같아 보여 왠지 씁쓸하다. 




내가 생각하는 남녀 데이트 비용 분담의 원칙은 간단하다. 밥값은 남자가, 찻값은 여자가 내고, 한쪽이 1차를 쏘면 다른 쪽은 2차를 쏘는 것. 이렇게 해서 무게추가 비슷하게, 혹은 남자 쪽으로 약간 더 기울게 하는 게 좋다. 더치페이가 합리적인 제도라고 하지만, 사랑을 합리적으로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 않나. 돈이 없으면 그냥 김밥집이나 편의점에서 밥을 사도 좋다. 내 여자를 굶기지 않겠다는 그 구닥다리 허세가 정말 마음에 드니까. - 글 한수희 (<당신의 연애는 틀리지 않았다> 저자)








Guy


여자의 배려가 필요하다. 데이트에서 남자만 모든 비용을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다.




남자는 매달 카드 명세서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데이트 비용이 지출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 뭐든 다 해주고 싶다.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장래에 대한 경제적인 불안감과 적금을 해약하면서도 여자 친구를 붙잡으려는 남자의 속마음을 몰라주는 여자 친구가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데이트 비용은 남자에게 정말 예민한 부분이다. 오죽하면 소개팅에서 커피 한잔 사지 않는 여성에게 ‘된장녀’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울분을 토하겠는가? 설문에서도 데이트 비용이 차지하는 심리적인 부담이 늘 상위를 차지한다.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면 남자는 결국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성 친구와는 만원 미만으로 끼니를 해결하는데, 여자 친구와는 입에 잘 맞지도 않고 비효율(?)적인 고칼로리 식사를 하며 지갑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 남자의 속마음은 웃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 잘라 더치페이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남자가 밥값을 냈다면 여자는 영화 비용을 내고, 너무 분위기 위주의 고급 음식을 찾기보다는 가끔은 만원 선이 넘지 않는 음식을 고르고, 굳이 두 잔의 커피를 주문하기보다는 한 잔으로 나누어 마시자는 제안으로도 남자는 충분하다. 여기에 여자 친구가 쑥스러워하는 남자를 위해 쿠폰을 챙겨주며 계산을 돕는다면 금상첨화겠다. 




하지만 아직도 지갑을 여는 것에 정색하는 여자들이 있다. 내가 예전에 겪은 일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커피값, 분식값에도 지갑을 꽁꽁 걸어 잠그며, 심지어 돌아가는 길에 택시비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의 잘못을 따졌다. 어쩔 땐 화장품이 떨어졌다며 나를 데려가 계산대에서 벽처럼 서 있게 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지만 물품 구매 비용의 1차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데이트에서 생기는 교통비, 식비, 여가 비용은 여성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런데 남자에게 이 모든 비용을 떠넘긴다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일 것이다.




 


사랑은 일방적인 희생을 근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데이트 비용은 당연히 남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면, 결국 두 사람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별’이라는 두 글자 아닐까? - 글 정민호(<착한 연애> 저자, 연애 블로그 ‘착한 연애’ 운영자)

 

 

- 코스모폴리탄 2월호 중

원문 출처:

http://cosmopolitan.joins.com/article/RetArticleView.asp?strArtclCd=A000001426&strMCateCd=A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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